요즘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아파트 공급물량, 매매가격 같은, 뉴스에서 전달하는 데이터들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하거나 산출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중 부동산 매매가격지수는 아파트 값 상승과 하락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하지만 집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어 현 정부에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수의 의미와 산출방식, 그리고 한계에 대해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한국부동산원 매매가격지수 (공공)
한국감정원(2020년 12월부로 한국부동산원으로 기관명 변경)은 1986년부터 주택법 및 주택법 시행령에 의거 주택가격동향조사를 시작했다. 주택시장의 평균적인 가격 변화 측정과 이를 통한 정책수립 등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단독/연립주택은 월간 단위, 아파트는 주간, 월간 단위로 집계한다. 참고로 주간 단위 집값 공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조사는 전국 187개 시군구 아파트/단독/연립 등 표본 주택의 실거래가를 전문조사원이 조사하고 제본스 방식(총액 방식이 아닌 재고량 가중평균 방식)으로 지수화한다.
- 표본주택: 아파트(주간) 32,000 가구, 주택(월간) 36,500 가구 (22년 3월 기준)
이를 주간, 월간 단위로 발표하는데, 표본이 어디 단지이며, 몇 동 몇 호인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러한 매매가격지수 발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아파트는 삼성전자 주식과 달리 매일 거래되는 것이 아니므로 정확한 시세를 실시간으로 얻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나마 거래가 빈번한 아파트도 실거래가는 계약체결과 동시에 신고되는 것이 아니므로 주간 단위 통계에 바로 반영되기 어렵다.
*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는 2006년부터 도입되었으며, 2020년부터는 계약체결일로부터 신고기한이 60일에서 30일로 단축됨
조사 기간 내 표본 주택의 실거래 정보가 없는 경우 조사원이 거래 가능성, 중개업소 및 거래정보 사이트 조사가격 등을 참조하여 적정가격을 추산해야 한다. 다시 말해, 실거래 가격 보다는 주변단지 시세, 거래량, 매물가격(호가) 등이 반영되는 구조이다.
KB리브온 매매가격지수 (민간)
KB리브온의 주택시장동향 조사 및 발표도 한국부동산원과 동일하게 1986년부터 시작되었다(한국주택은행이 담당이었으나 2001년 국민은행과 합병됨).
기본적인 부분은 한국부동산원과 유사하다. 월간 단위로는 모든 주택형태를, 주간으로는 아파트만 집계 및 발표한다.
전국의 협력 공인중개사 4,000명이 해당 단지 대표 평형에 대한 실거래 가격, 시세, 호가 등을 수집하여 전산 입력한 데이터를 지수화하는 방식이다.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은 더 많기 때문에 시세 반영율이 높고, 이런 이유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심사 및 건설사의 분양가 산정에 이용된다.
- 표본주택: 아파트(주간) 32,000 가구, 주택(월간) 46,170 가구 (22년 3월 기준)
문제점과 개선방향
1. 부동산 거래는 일자별로 수시로 발생하지 않기에 한국부동산원, KB리브온 2가지 방식 모두 ‘호가’의 영향력이 매우 큰데 호가는 매도자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주관적인 가격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처럼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가 모두 공개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객관적인 매매가격 통계라고 볼 수 없다.
2. 호가가 반영된 주간 집값 통계가 시장 불안을 증폭시킨다. 실제 거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근 집값이 오르거나 매도자가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경우, 해당 단지 전체 집값이 오른 것으로 산출된다. 특히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올라야 수수료 수익이 커지니 높은 수준의 호가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3. 부동산 하락기의 가격 변동은 특히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매도인들이 호가를 빠르게 올리지만, 하락기에는 호가를 천천히 내리기 때문이다.
4. 조사가격 기반지수는 조사원들의 평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실거래가 대비 1~2개월 시차, 즉 괴리가 발생한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로 조속한 통계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정부차원의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호가의 영향력이 과대하므로 개별 단지별로 실제 계약이 체결된 실거래가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은 이유가 실거래가 없는 단지의 가격은 누락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수의 민간 기업들이 우후죽순 집값을 산출하는 서비스를 시도할 경우 더욱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위 기사에서 보듯이, 결국 조사원들의 주관적인 추정이 들어가는 이상 실제 가격 변동을 분석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주일마다 발표한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 통계라 하더라도 수집 및 지수화 방식, 조사 시기 및 대상, 또한 조사시 오류 가능성에 따라 현실과의 괴리가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참고로, 아파트 공급물량 추정도 분양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경우, 분양 시기가 착공 전이냐 착공 후이냐에 따라 결과에 오류가 생긴다.
부동산 가격 예측은 전문가마다 양극단의 주장을 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