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난 최악의 수면습관을 20년 넘게 유지했던 것 같다. 일찍 누워야 새벽 1시였고, 새벽 2시 넘어서 잠드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게다가 적적함을 느낄 때마다 혼술을 했기에 수면시간의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내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은 원인이 어쩌면 수면과 관련이 크게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사실상 수면 부족과 올빼미형 생활습관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었음을 스스로 확신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의 차원에서 수면 부족 시 문제점, 동일한 시간의 수면시간에도 불구하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날 경우 왜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적정 수면시간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적정 수면시간은 성인의 경우 7~9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생활이나 육아를 하면서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 시 현실적인 권장 수면시간은 7시간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90세가 된 이시형 박사는 6시간이면 충분하며, 밤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든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깊이 잘 잤을 경우에는 6시간 수면도 부족하다고 않다고 느낀다. 하지만 숙면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이시형 박사는 오랜 기간의 수면 습관으로 아주 깊은 수면이 가능하기에 6시간 이내로도 활기찬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최소 6시간은 자야 하며, 눈떠 있는 시간의 활력이나 전반적인 건강을 생각한다면 7시간은 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면 부족 시 겪게 되는 문제점들
사람들은 보통 수면이 부족하면 피곤하고, 피부가 거칠어지고, 막연히 건강에 좋지 못하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수면 부족으로 인한 악영향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고,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각종 신체적 질병 초래
부족한 수면은 교감신경을 민감하게 만들어 혈관을 수축시킨다. 결국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혈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저항성이 커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혈당 수치를 높여 당뇨병을 유발한다. 그리고 각종 실험 결과 뼈 손상과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각종 질병 유발은 매우 중대한 문제이지만 대부분 다 아는 사실이라 간단하게만 정리하고 넘어간다. 어쩌면 그 다음 내용들이 우리가 진짜 주의 깊게 봐야할 문제점일 것이다.
공복감 유발로 인한 비만
수면이 부족하면 피곤해서 식욕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 반대이다. 공복감을 높여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를 높이는 그렐린 호로몬의 분비가 증가하고, 반대로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의 분비는 줄어든다.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 비만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지능력 저하
연구마다 조금씩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보통 6~7시간 이하 수면은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직장인들에게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업무수행 속도와 정확도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더 오랜 시간 일해야 하며, 그 결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수면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업무 수행과 직장에서의 평판을 생각해서라도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놀라운 사실은 부족했던 잠을 다시 원상으로 회복한지 1주일이 지나도 인지능력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즉, 수면 부족 상태를 가급적 만들지 않아야 한다.
치매 발병 위험 증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발병한다. 낮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밤에 자면서 제거된다. 즉, 잠은 뇌를 위한 시간이며, 잠을 자면서 뇌가 세척된다. 이러한 뇌의 노폐물 제거 메커니즘을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고 부른다.
치매가 노년에 겪을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질병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한 수면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대인관계 악화
수면 부족의 영향은 날이 갈수록 많이 밝혀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게 만들어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사람은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심지어 응징까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낮잠을 자는 풍습을 가진 남미, 지중해 문화권 사람들이 북미나 북유럽 국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점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의 잘못에 대해 용서해주는 것은 인내력과 절제력이 필요하다. 잠을 덜 자서 피곤한 상태에서는 이런 것들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의 의지력은 충분한 수면과 영양 섭취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의지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하는 것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건강에 해롭다
단순히 수면 시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 생활은 건강 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를 망친다. 이 사실은 누구나 겪어봐서 알 것이다. 새벽 3시 넘어서 자면 아무리 늦게까지 잔다고 해도 개운하지가 않고, 특히 새벽 5시 넘어서 잠들면 깊은 잠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래 기사에 의하면, 간은 오전 1시에서 3시 사이에 해독이 최고조에 달하며, 폐는 오전 3시에서 5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해독된다. 늦게 자게 되면 이러한 해독 및 복구 기능을 방해하게 되므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
또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은 조기조침 하는 사람들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그리고 늦게 자게 되며 당연히 몸에 좋지 않은 행동, 즉, 음주, 흡연, 게임 및 유튜브 시청 등에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더더욱 건강은 망가질 수 밖에 없다.
개인적인 의견을 적자면, 위 문제점보다 더 큰 문제점은 늦게 일어날 경우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집중할 수 있는 오전 시간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에, 뭔가를 할 의욕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전부터 시작했더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집안 대청소 같은 일도 오후부터 시작하면 시간에 쫓기게 되며, 결국 아예 시작도 하지 않게 된다.
길게 이야기 할 것도 없다. 주말에 일찍 일어나서 무슨 일이든 시작해보라. 하루게 이렇게 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며, 내가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는지 또한 놀라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모든 문제는 수면 습관이 원인일지 모른다
항상 피곤하고, 짜증이 나는가?
주말에 계획한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거의 없는가?
인생이 불만족스럽고, 자꾸 분노가 일어나는가?
회사 상사, 부하직원 얼굴도 보기 싫고,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업무 실수가 잦고, 남들보다 업무 처리 속도가 늦어 야근을 자주 하는가?
알 수 없는 피해의식에 고통스러운가?
세상 모든 거대한 문제점들의 원인은 알고 보면 허무하리만큼 사소하고 단순한 것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모든 문제점들은 나의 의지력 부족이나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수면 부족과 늦게 자는 습관일지 모른다. 아니, 그렇다. 확실하다.